노무현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계사에 다녀왔습니다..

여차저차 구차한 핑계가 있어서
오늘 분향소에 갈 계획이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번주에 오늘밖에 시간이 안되어서 8시에 퇴근해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차는 막힘없이 달려 어느덧 명동이 되었는데,
왠지 광화문부터 무척이나 막힐것 같다는 생각에 종로2가에서 내려서 조계사로 가기로 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사실도 무관한듯,
즐거운 얼굴로 술냄새를 풍기는 인파를 헤치며 조계사를 찾아 갔다.

9시나 되었을까..
조계사 초입으로 꺽자마자 저 멀리 보이는 고인의 영정,
살아생전 남겼던 말로 장식된 천막..

뭔가 거짓으로 믿고 싶던 현실을 맞닥드린 느낌.

먼저 절에 왔으니 부처님께 인사를 해야할꺼 같아서 본당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는 수험생들의 부모님들이 열심히 100일 기도 중이셨다.
그네들의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과 같은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길 주제넘게 바래본다.

결국 합장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추모객들의 행렬에 조용히 합류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
부모님을 모시고 나온 자녀들..
두 손을 맞잡은 연인들..
두명 세명 짝지어 온 친구들..
나처럼 홀로 찾아온 사람들..

그래도 여긴 전경들도 없고 분위기는 참 차분했다..

왼쪽으로는 커다란 걸게에 사람들의 메시지가,
오른쪽에는 금줄에 메달린 노란색의 메시지가,
그를 보내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미안해하고 분해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내 차례가 되었다.

어머니 한분이 국화를 나눠주신다..
피곤해보이시는 건지 슬픔에 잠기신건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고생하십니다 하고 인사를 해본다..

이윽고 단상 위..

준비한것도 없고 허겁지겁 가방에 넣어두었던 담배를 하나 꺼내본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소주라도 한병 사가지고 가볼껄 하는 후회도 들었다..

막상 앞에 서니 마음은 먹먹하고 울컥해지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라는 말만 되뇌인다


나도 걸게에 한마디 적고,
다른 사람들이 적은걸보니 어쩜그리들 글을 잘 쓰는지 눈앞이 뿌애진다..

안타깝고 미안했다.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했다.
그 동안 무관심하게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도 그분은 복 받은 사람이라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는 걸 보면
참으로 잘 살아 온것이라고 ..




낮에 기사로 보았던 그분의 운전기사님처럼
나도 꾸벅 인사를 하고 나와본다..

이런게 진짜 애도이고 추모가 아닐까?




답답하다..

종로를 1시간 헤매이고 집에 왔다.
잠이 올런가..

회사에 써낸 금연서약서는 담배 한갑을 다 태우고 집에 들어와서야 생각이 났다..
결국 이 순간도 역사의 한페이지가 되겠지..


아무 걱정 없는 곳에서 편안하게 우리를 지켜봐주시며 기도해주시길..
쭌.

by zoon | 2009/05/25 23:47 | diar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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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찰즈씨 at 2009/05/27 00:58
다른 세상에서나마 속 편히 계시길 기원합니다.
이 세상은 산 자들의 것이니, 살아있는 우리가 세상을 바꿔야겠죠.
Commented by 유별 at 2009/05/27 04:07
너무 말들이 많네요..
정말 진심으로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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